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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북파"<28>180도사람이변해버리면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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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9

부흥회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아내가 기도원에 다녀온 후 한 달쯤 되었을 때다. 나는 조금 수상한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을까?
나는 아내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싸움을 걸기 위해 예전처럼 술주정뱅이 오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옛날 같으면 “그래, 우리 오빠 술주정뱅이다! 당신 아버지는?” 하고 대들어야 하는데 전혀 다른 반응이 나왔다.
“그래 말이야, 우리 술주정뱅이 오빠를 위해 기도 좀 해줘요.”
나는 순간 당황했다. 아무런 공격도 안 하고 그저 기도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야! 이거 회개할 사람은 바로 나구나. 이것이야말로 바로 행복이구나.’
그로부터 두 달 정도 흘렀을까. 그동안 우리는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그전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 부엌에서 설거지도 하면서 아내를 도왔다.
하루는 아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 줄래요?”
“물론이지. 우리 가정이 이렇게 변화가 되었는데……. 암! 들어주고말고.”
나는 내용을 듣기도 전에 뭐든 다 들어 준다고 약속을 했다.
“내가 기도원 갔을 때 신령한 목사님을 만났다고 했죠. 상담도 해주셨다는 그 목사님 말이에요. 그분이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H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신대요.”
아내는 그곳에 나와 함께 참석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이지. 이렇게 우리 가정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 목사님인데 내가 그 정도도 못 들어 주겠어?”
사실 그때만 해도 부흥회가 뭔지도 몰랐다. 그저 변화된 아내의 부탁이기에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하고, 그날 밤 아내를 따라 부흥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H교회 안은 이상하게 희미한 전기 형광등이 커져 있었다. 400명 정도 앉으면 꽉 차는 교회에 약 550명의 무리가 앉아 박수를 치며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컴컴한 가운데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괜히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에어컨이 있는데도 너무 더워서 그런지 선풍기도 틀어 놓았는데 “쐬액!” 하는 바람소리가 기분 나쁘게 들렸다.
밤예배는 처음인지라 매우 낯설었다. 아내는 컴컴한 통로를 따라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아내는 앞자리에 앉자고 손을 끌어당겼는데, 나도 모르게 “그만!” 하고 아내를 제지했다. 내 자리는 항상 뒷자리인데 너무 많이 앞으로 나온 것 같았다. 결국 제일 앞자리로 가지 않고 앞에서 다섯 번째 줄 복판에 끼어 앉았다.
박수를 치고 어깨를 들썩이며 찬양을 부르는데 나는 통 정신이 없었다. 우리가 나가는 장로교회에서는 조용하고 거룩하게 찬송가를 부르는데, 여기서는 그 많은 사람들이 착착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치는 것을 보니 입이 쩍 벌어졌다.
‘야…… 뭐 이런 찬송가도 있나’ 하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를 알아보면 어쩌지?’
들어올 때는 생각 못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앉아 있는지……. 당시 나는 오렌지 카운티에 처음 한인회를 만들기 위해 한창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매일 술집에 앉아 한인회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누가 내 뒤에 앉아 있다가 나를 알아보기라도 하면, “야, 김태원이가, 저 앞에 앉아서 박수치더라” 하는 소문이 날 것 아닌가. 아이구! 김태원이 돌았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오렌지 카운티를 경유해 로스앤젤레스까지 퍼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자리에서 일어서면 얼굴이 보일 테고, 고개를 숙이고, 나갈 수도 없고…….’
이렇게 안절부절못하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데 목사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강단 위에서 성경책을 안고 왔다갔다하면서 찬양을 인도하던 부흥강사 목사님의 모습은 영원히 잊지 못할 장면이 되었다.
“강물 같은 주의 평화!”
‘강물 같은 주의 평화’라는 찬양을 부르는데 특히 그 ‘평화’를 찬양할 때 목사님이 손가락으로 나를 지적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손바닥을 치는데, 나 혼자만 박수를 안 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까 어서 박수를 치라는 뜻이었다. 나는 박수까지는 못 치고, 손이 겨우 무릎까지 올라와 어정쩡한 자세로 무릎을 쳤다.
목사님은 나에게 관심이 있는 듯 내 눈만 마주치면 “평화!”라고 말하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할 수 없이 손으로는 계속 무릎을 치면서 머리로는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500여 명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불이야~!”
“불이야~!”
“불이야~!”
사방의 유리창이 한꺼번에 깨지는 줄 알았다. 당시만 해도 나는 동작이 빠를 때라 어떻게든 빨리 도망가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실내는 완전히 깜깜했다. 누가 전등을 꺼버린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통성기도할 때는 불을 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통성기도에 대해 들어 본 적도 없었고 기도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을 때였다. 방언에 대한 지식은 더더욱 없었다.
신앙이 깊어진 뒤에 안 일이지마는 사실 "불이야" 라고 소리 지른것이 아니라 통성 기도 할때 주여, 주여, 주여, 라고 이제히 소리를 모두어서 부르 짖는 주여, 삼창을 하는 소리 인데 전연 통성 기도에 지식이 없었던 나로서는 "불이야" 라고--------그렇게 들릴수 밖에 없었었다.
실내 불을 다 꺼버렸으니 사방은 캄캄하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방언기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따따따따……와와왕……와왕!”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내 뒤쪽으로 누군가가 방언기도를 하는 모양인데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아…… 우우우!!!”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황소가 애절하게 울부짖는 소리 같았다. 난생 처음 들어 보는 그 소리가 얼마나 무섭던지……. 나는 손을 깍지끼고는 힘껏 힘을 주었다.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진땀이 마구 흘러내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들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젊은 처녀의 행태는 더더욱 이상야릇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처녀는 성령을 받는 중이었다.
“아~ 빠……찌!”
찢어지는 그 비명소리에 나는 완전히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쭈여, 쭈여!”
내 얼굴은 땀투성이가 되었다. 계속 두 손을 깍지 끼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찬양소리가 나더니 주위가 밝아졌다. 눈을 떠보니 희미한 불이 켜져 있고, 마무리 기도를 하려고 찬양을 부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이미 완전히 녹초가 다 되어 있었다. 얼굴은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강사 목사님은 내가 은혜를 많이 받아 성령을 체험한 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은 그게 아닌데…….
모든 집회 순서가 다 끝나고 사람들이 밀려 나가는데, 입구에서 강사 목사님이 은 혜받고 나가는 성도들과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하고 계셨다. 나는 힘이 다 빠진 상태로 아내에게 끌려갔다.
아내는 강사 목사님께 나를 소개했다.
“목사님! 제 남편이에요.”
목사님은 그 큰 손으로 내 손을 반갑게 잡으면서 말했다.
“은혜 많이 받으셨지요.”
그 상황에서 아니라고 말하면 큰일 아닌가. 또 붙들려서 곤욕을 치를 것 같아 “예, 예” 하고 얼른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그날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내 상식으로는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정신병자들의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아내의 말은 뭐든 다 들어 준다고 약속했는데, 이 부흥회란 것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당장 내일 새벽기도에 나와야 하고, 모두 사흘 동안 낮에도 저녁에도 계속 와야 한다고 했다. 무심코 약속을 해버렸는데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럼 내가 사흘 동안 계속 이 미친 짓을 해야 된단 말인가? 만약 안 하면 아내는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나는 난감했다. 미친 짓을 또 해야 한단 말인가…….
당장 내일 새벽이 걱정이었다. 이럴 때 누가 나에게 아니, 내 동생이라도 근처에 살고 있다면 당장 찾아가서 도움을 청할 텐데…….
“야! 형이 이런 궁지에 몰렸는데, 이럴 때 어떻게 했으면 좋겠노?”
그런데 동생도 한국에 살고 있으니……. 당시만 해도 목사님을 찾아가 상담을 한다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할 때였다.
‘아! 큰일났구나, 당장 내일 아침부터 참석하지 않으면 이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든 결정을 내려야 돼…….’
그런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왔다.
“당신, 오늘 혼났지?”
남자 체면에 혼났다고 하지는 못하고 우물우물했다.
“응……, 그냥 뭐.”
“처음이었기 때문에 혼났을 거야. 내일 새벽부터는 나 혼자 갈 테니, 당신은 가지 마요.”
와아! 세상에 그보다 더 반가운 소리가 있을까? 아내의 그 한 마디는 완전히 기쁨의 소리였다.
“그래 그래, 난 좀 덜된 거 같애. 난 좀 천천히 가서 받을 테니 당신 먼저 은혜 많이 받아.”
나는 커다란 숙제를 해결해 놓은 것처럼 마음이 놓여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새벽, 번쩍 눈이 떠졌다. 본래 나는 새벽잠이 많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 10시나 되어야 자리에서 일어나곤 했다. 그런데 새벽 5시 30분, 아내가 새벽 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동차 차고 문을 여는 소리에 잠을 깬 것이다.
다시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갑자기 부흥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젯밤 부흥회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꼭 무슨 일이 일어났을것만 같았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려 해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 캄캄한 장소에서 소리내어 울부짖으며 기도하는 것을 봐서는 그곳에서 뭔가 죽었든지 살었든지 큰 사건이 일어났을 것만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궁금한 것을 간신히 참으며 아내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 기도회가 끝나고 아내는 성령이 충만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아내를 보자마자 캐묻기 시작했다.
“어떻게 됐어?”
“응! 한 성도님이 갑상선이 나았다고 간증했어요. 또 한 성도는 하나님 말씀을 듣는 순간 등이 뜨거워지더니 척추에 모든 고통이 떠나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온 성도님들이 모두 ‘할렐루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어요.”
나는 어느새 아내의 보고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그래, 맞았어, 맞았어!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부흥회가 계속되는 동안 나는 첫날말고는 한 번도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부흥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아내가 어떤 간증을 듣고 올까?’
나는 계속 부흥회 속으로 끌려 들어갔다. 집회에 참석은 하지 않으면서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집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내의 이야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나는 조금씩 하나님의 은혜를 갈구하게 되었던 것이다.

200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