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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북파"<18>낙하산강하훈련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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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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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이 서늘했던 낙하산 강하훈련

10월 1일 국군의 날, 매년 광화문 앞에서는 최신 무기를 탑재한 3군 열병식과 시가행진이 벌어졌고, 10월 2일 한강 백사장에서는 우리 공군들의 에어쇼가 벌어졌다. TV가 없던 시절이라 10월 2일은 에어쇼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한강 백사장을 가득 메웠다. 흡사 서울 시민이 다 모인 것 같았다.
본부 사열대에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삼부 요인들과 참모총장들이 참석하는 이 행사에는 한치의 오차라도 생겨서는 안 되는 아주 대단한 행사였다. 이 행사 중에서 가장 스릴 있는 장면이 바로 낙하산 강하였다. 물론 이 순서는 오류동 첩보부대 소속 우리 특수부대 요원들이 맡았다. 지상에서 낙하산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관중들은 재미있게만 볼 수도 있지만 막상 낙하산을 타고 내리는 우리들은 생사를 건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우리 특수부대 낙하산 1기생들은 혹독한 강하훈련을 받아야 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매일 10미터짜리 둥근 전신주를 여섯 명이 일렬로 서서 똑같은 동작으로 두 손으로 들어올려서 왼쪽 어깨에서 머리를 지나 오른쪽 어깨로 또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로 들어 넘기는 훈련이었다. 다섯 명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무게에 눌러 어깨가 부러지게 되어 있다.
두 번째로는 완전무장을 하고 등에는 낙하산을 짊어지고 앞에는 보조 낙하산까지 달고 철모를 뒤집어쓴 채 훈련장인 관악산 꼭대기 네코 부대 낙하산 교육장에서(30미터 높이) 땅바닥으로 수십 번씩 떨어지는 연습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못했다고 터지기 일쑤였다. 일어나 기어올라가서 또 떨어지고……, 부대로 돌아올 때는 완전히 초주검이 되어 돌아오곤 했다.
훈련을 받은 지 10주 후 드디어 금강 상류 백사장에서 실제로 낙하산 강하훈련을 하게 되었다. 훈련 전날 우리 모두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어느 무리에서든 엉뚱한 겁쟁이가 한 명씩은 있듯이 동료 중 하나가 어디서 듣고 왔는지 이상한 말을 퍼트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짊어지는 낙하산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우리가 짊어지는 낙하산은 일본 공장에서(한국에서는 없었음) 조립해서 오는 것이었다. 따라서 날짜가 오래 되어 낙하산에 곰팡이가 피었다든가 아니면 바늘구멍만한 구멍만 나 있어도 공중에서 떨어질 때 바람을 이기지 못해 바늘구멍이 점점 커지면 무서운 속력으로 지상에 떨어져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KLO 특수부대에서도 많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용감하다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영 찜찜했다.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혹시 내가 짊어진 낙하산이?’
그런 와중에서 우리는 C 46 군용기를 타고 낙하산 강하훈련을 받기 위해 이륙했다. 비행기 안에서의 낙하훈련 교관은 미공군 중위였고, 조종사 역시 미공군 장교였다. 우리는 비장한 각오로 C 46 군용기 문 양쪽으로 앉아 있었다.
드디어 빨간 불이 켜졌다. 우리는 모두 일어서서 낙하산을 선반 자동식고리에 걸고(5회 이상 타야 수동식을 사용할 수 있었음) 한쪽 문으로 모두 다섯 명씩 대오를 지어 서서 낙하할 준비를 하고 서 있었다. 훈련받을 때 낙하산에서 강하하려고 할 때는 절대 밑을 내려다보지 말라고 주의를 받았었다. 그런데 제일 앞에 서 있던 동료가 밑을 내려다보지 말라는 이유가 궁금했는지 안 보는 체하면서 살짝 내려다봤다.
낙하지점을 계산한 훈련 교관이 준비 구령을 걸었다.
“세븐, 식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정확한 낙하지점에 도착하자 앞에 동료의 다리를 치면서 “Go!” 했다. 이제 사정없이 떨어져야 한다. 1초라도 어긋나면 다섯 사람 모두 엉뚱한 곳에 떨어지기 때문에 교관의 명령은 생사와 관계된다.
그런데 밑을 내려다봤던 이 동료가 갑자기 식은땀을 쫙쫙 흘리면서 하얗게 변한 얼굴로 다리를 양쪽 문에 뻗고 팔을 양 문에 꽉 버티면서 자기는 죽어도 못 내리겠다고 하면서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당황한 교관은 마음이 급해졌다.
“GO!”
“못……, 하겠습니다.”
실랑이를 벌이다 이미 C 46 군용기는 낙하지점을 훨씬 넘어 멀리멀리 날아가 버리고, 우리 문쪽 다섯 명은 낙하도 못한 채 하얗게 질려 있는 그와 함께 침묵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그냥 부대로 돌아왔다.
모두들 이제 큰일 치르겠다고 생각했다. 언제고 불려나가 단체기합 받을 것을 생각하니 밤에 또 잠이 안 왔다. 문제를 일으킨 동료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우리도 덩달아 걱정과 고민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밤새 아무 일도 없이 이튿날을 맞았다. 나는 그때 미국 군인들이 얼마나 신사적인가를 절실히 깨달았다. 아마 한국 군대식으로 했다면 그날 밤 몇 사람은 반병신이 되었을 것이다.
이튿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낙하산 강하훈련을 떠난다고 했다. 이번에는 한국 사람 기질에 따라 팀을 새로 짰다. 어느 모임이고 항상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겁없는 용감한 무대뽀(그 당시 그렇게 불렀음)가 있게 마련이다. 한쪽 문 다섯 사람 중에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무대뽀를 제일 앞에 세우고 바로 뒤에 겁쟁이, 또 겁쟁이, 또 겁쟁이, 제일 마지막에는 힘이 미련하게 센 자를 세워 한 조를 만들었다.
교관이 목표지점에 와서 “Go” 하면서 다리를 툭 치면 제일 앞에 선 용감한 사람은 그냥 사정없이 확 떨어지고 뒤에 세 명의 겁쟁이는 제일 뒤에서 힘껏 밀어붙이는 미련하게 힘이 센 자에 의해 떨어지는 것이다. 아마 쏟아져 버린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아이고, 아구구……” 하면서 억지로 밀려 모두 떨어지게 된다.
처음 떨어지는 순간에는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연결고리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연결고리가 떨어지면서 낙하산이 열리기 시작해 펴지면 쏜살같은 속력으로 떨어지던 몸이 갑자기 바람을 받고 펴지는 진동에 의해 약 10여 미터 공중으로 튀어오르는데 이 때에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때 내려다보이는 지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흡사 우주 공간에 나 혼자 내동댕이쳐진, 허허벌판에 있는 듯한 외로움이 밀려드는데, 옆에서 겁쟁이 동료들은 동료의 이름을 처절하게 불러대며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그 겁쟁이들도 한번 두번 타고 숙달이 되면,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얼마나 열심히 낙하산을 용감하게 잘 타는지…….
30회 정도 훈련을 반복한 끝에 자유자재로 낙하산을 운전할 수 있게 되자 우리들은 본격적으로 에어쇼 행사에 참석하게 되었다. 어느 해인가 한번은 한강 백사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의 열광적인 박수소리를 공중에서 듣다 보니 마치 나를 대대적으로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그 바람에 괜히 우쭐해져 영웅심이 발동한 나는 곧장 낙하산을 조종해 이승만 대통령의 사열대 앞에 내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참은 적도 있다. 만약 그때 그런 돌출 행동을 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아마 이 세상에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과학적인 현대식 장비를 이용해 훈련을 하지만 초창기는 완전히 원시적인 훈련을 받다 보니 철없던 선배들의 에피소드가 하나둘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