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군대이야기
제5편 초등비행중 에피소드
이**
|Views 741
|2007.02.03
그 당시 대전비행장은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다
Taxi way는 포장된 상태가 아니고 PSP판(구멍이 동그랗게 뚫린 판)이 깔려 있었기에 틈틈이 잡초가 자라고 있었고 숙소는 퀀샡트 건물(일종의 조립식건물 인데 둥그렇게 이글루 모양)로 여름을 보내기는 엄청 무더운 숙소였지만 비행을 한다는 즐거움은 더할나위 없이 재미가 솔솔 했다
훈련비행 스케줄에 따라 한꺼번에 10여대가 이륙을 한다 이어폰에서는 왁자지껄하게 교신(초등비행교육시 교신은 교관이 하며 항공기내에서 inter com으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 있는 정비사와 사인을 교환(손을 뱅글뱅글 돌릴때) Engine Starting 각종 계기들이 움직이고 별안간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양손을 들어 엄지손가락을 까닥 거리면) chock remove(바퀴고임 하는 나무토막제거) 비행기는 서서히 움직이면서 활주로로 향함 이런 내용든 부대정비대대 전역자들은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타 특기는 좀 생소하실 듯해서 ....
이륙하면 일부항공기는 훈련공역으로 먼저 나가고 일부가 남아 계속적으로 이착륙 훈련을 반복해서 하는데 Touch & Go라고 하며 활주로로 접근 하여 착륙자세로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 순간 다시
풀 파워로 상승한 후 선회하길 수차례 반복한 후 훈련공역으로 가서 공중조작훈련을 하며
먼저 훈련공역으로 나갔던 항공기들은 일찍 돌아와 다시금 이착륙 훈련을 반복함
그 당시 훈련공역은 서쪽으로는 논산 강경 남으로는 추풍령 동쪽 보은까지 구역이 나누어져 있었음
당시 초등과정에서는 요즘 야구선수들이 쓰는 헬멧을 착용하였기에 비행중 실수를 하면 교관이 어퍼컷트는 물론이고 볼을 잡아 비틀기도 수차례 맨날 오른쪽 볼에는 멍이들어 있었다
하긴 요즘에 초보운전 주행시켜보면 그때 교관들이 얼마나 속이 터졌을까 상상이 됨
비행이 끝나면 교관은 시동걸때 부터 착륙해서 시동끌때 까지의 과정을 일일이 체크해서 De brefing하면서 두들겨 맞고 성적표를 작성 몇번 불량하면 다른교관에게 check비행시키고 거기서도 불합격 판정되면 대대장과 비행 거기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도태되어 하사관으로 끌려감(당시 표현입니다 )
하루는 논산상공에서 훈련을 마치고 계룡산을 넘어 대전기지로 접근을 하는데 "A" point(시계비행시 각 비행장 마다 접근절차 시작하는 지점이 있는데 당시 대전기지는 지금 엑스포공원이 위치한 강변쯤 되었음)에 접근시 고도가 높길래 선회하면서 고도를 낮추려고 생각하고 선회를 시작했으나 initial방향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정작 고도에는 신경을 쓰지 못해 고도가 너무 떨어지는것을 알아채지 못해 꼬라박고 있었고 교관은 옆에서 비행성적기록부를 작성하다가 깜작놀라 조종간을 낚아채곤 급상승 순간 조종석 옆문에는 포플러 나무가 힐끗 지나칠 정도로 저고도
죽음을 면했구나란 생각도 잠시 내려서 얻어 맞는건 문제 없지만 자칫 도태될 걱정에 떨리는 가슴으로 착륙하니Runway control(활주로 옆에서 주변 항공기 상태를 지켜보는데)에서도 이 아름다운광경(?)을 목격해서 무슨일이냐고 야단 이젠 꼼짝없이 짤렸구나란 생각에 고개를 숙이고 교관으로부터
넌 글러먹었다로 시작해서 집에가란 말로 끝맺는 De brefing이 있은 후 명령만을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하였으나 아무런 후속조치 없이 넘어가네
그 후 알게된 사실이지만 당시 저를 담당 하셨던 정용택교수님은 조금 비행에 대해 자만하는 놈들은 가차없이 짤라 버렸고, 하겠다고 노력하는 녀석들에겐 한없이 관대하였으며 비행숙련도는 시간이 문제지 어느시간이 되면 일정한 수준을 다 유지할 수 있다는 비행교육의 철학을 지니신 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부족했지만 나는 후자에 포함된 운 좋은 녀석이었나 보다
비행이 끝나면 지상학과 공부가 이어졌고 계속 시험도 치르며 여기서 통과되지 못하면 또 도태란 망령이 그림자 처럼 따라 다녔으며 신체적 조건등으로 인해 많은 동기생들이 조종사의 꿈을 접고 하사관으로 갔다 그래도 몇개월 한솥에 밥을먹고 딩굴며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이들이 곁을 떠날때 마다 가슴이 메어져 왔으며 난 살아 남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를 위로하곤 했다
아이구 오늘도 칸이 부족하네요 허접한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십시오 필승
공식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