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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북파"<10>볼음도김대장포섭작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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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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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음도 김 대장 포섭 작전

말도 옆에 있는 볼음도라는 섬에는 종종 피난민으로 가장한 북한 간첩들이 넘어오고 있었다. 우리 공군은 위장간첩을 잡아서 빼내는 정보가 보통 값어치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번연히 알면서도, 원체 그 섬의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김 대장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켈로(KLO) 부대 출신으로 육군 HID의 비호를 받고 있어 강화도를 장악하고 있는 해병 UDT나 해군 ONI도 접근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오류동 본부에서 흠씬 터지고 돌아온 이튿날, 파견대장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이봐, 김태원! 볼음도 김 대장을 우리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거든. 다른 부대원들을 보내 봤는데 오히려 얻어터지고 망신만 당하고 왔어. 이번에는 네가 한번 가서 겨누어 봐.”
명령에 죽고 사는 의리의 사나이인 나는 두 동료와 함께 뗌마(손으로 노 젓는 배)를 타고 45분 만에 볼음도에 상륙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상륙하기 바로 전부터 우리들이 탄 배를 향해 겁을 주는 경고 사격이 시작되었다. 바로 그 유명한 김 대장 패거리들이었다. 본부에서 얻어터지면서 꾀부리지 않기로 작정을 했기에 나는 마음이 편했다.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이었다. 그러나 죽어도 멋지게 죽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때 생각해 낸 것이 바로 ‘굵고 짧게 멋지고 적게’ 살자는 것이었다. 도무지 나는 겁이 없었다. 다른 두 동료는 몸을 숙이고 혹시 유탄이라도 맞을까봐 걱정스러운 얼굴인데 나는 천연덕스럽게 고래고래 그쪽을 향해 소리를 지르면서 공중을 향해 권총 두 발을 “빵빵!” 갈겼다. 그리고 하선을 해서 위협 사격을 한 김 대장 부하들에게 잡혀 사무실로 끌려갔다.
사무실에는 책임자인 김 대장과 몇 명의 대원들이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 듯이 우리를 에워싸고 노려보았다. 30세가량의 책임자 김 대장은 구레나룻이 나 있었으며 우람한 체력이었다. 큰 키에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반 장화를 신고 있었다. 권총도 카우보이처럼 옆구리에 비스듬히 차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과연 어떤 식으로 굴복시켜야 할지 스물세 살(나는 그 당시 스물일곱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다녔다)의 어린 나는 빨리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내가 권총 두 발을 먼저 발사했다고 그의 부하들이 트집을 잡고 나서면 나는 실컷 얻어터지고 반병신이 되어 말도 파견대로 보내질 것이었다. 어차피 망신을 당하고 두들겨 맞을 바엔 이왕이면 멋지게 당하고 싶었다. 나는 꾀가 생겼다. 가장 잔인한 얼굴을 하고 배짱 좋게 공갈을 쳤다.
“야, 김 대장! 나 옆의 섬에서 온 깡패중대 김 상사인데, 보아하니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더 먹은 것 같구나. 형님으로 모시지……. 그런데 말이야, 아까 어느 새끼가 우리 배를 향해 경고 사격을 하던데……. 그것 가지고는 내가 기가 안 죽어야, 형님……, 이북 놈들이 세다는 말은 들었지만 경상도 놈의 깡다구도 무섭다는 것을 알아야지……. 나는 죽어도 나를 위해 울어 줄 사람도 없어. 형님, 한번 볼래?”
나는 잇빨로 입 안의 살을 깨물어 뜯는 흉내를 내면서 피를 빨아 올렸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겨우 입 안이 상처가 아물어 가고 있었는데 힘껏 빨아대니 입 안이 터져 허연 살점이 너덜너덜대면서 피가 딸려 올라왔다. 살점과 피범벅이 되어 떨어져 나오는 것을 아무렇게나 “캭캭” 하고 바닥에 뱉어댔다. 살점이 묻은 핏덩어리가 떨어져 나왔다. 입에서는 계속 피가 줄줄 흘렀다. 김 대장을 비롯해 부하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나중에 세월이 흐른 후에도 김 대장은 술만 취하면 두고두고 이 이야기를 했다.
“수많은 악종들을 만나 보았지만 동생과 같은 악종은 처음 봤어. 자기 입 안의 살점을 물어뜯는 놈 말이야.”
동료들 역시 이것이 쇼란 것을 모르기에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후에도 나는 그때의 쇼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김 대장은 얼마나 놀랐는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야아…… 동생……, 알았어 알겠다구! 야 너희들 빨리 수건 갖고 와서 이 동생 피 닦아 드려.”
그래서 그날 나는 김 대장과 의형제를 맺었고, 우리 말도 파견대 문관으로 포섭해 파견대장 이경섭 소령에게 보고하여 현지 분견대장으로 임명되었으며, 육군 HID에게만 넘겨주던 정보를 우리에게도 똑같이 나누어주게 되었다.
말도에 있는 동안 볼음도에만 가면 김 대장은 볼음도 이장 집에 지시해 토종닭을 잡아 주었으며 막걸리를 가져와 취하도록 마시게 해주었다. 토종닭 생각만 하면 지금도 볼음도 형님 집을 찾아간 기억이 난다. 내가 말도를 떠난 뒤에도 김 대장은 계속 볼음도 우리 문관으로 있었을 것이다. 아마 지금도 볼음도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섬 유지 노인이 되어 남북통일이 되면 고향땅을 찾아갈 꿈을 안고…….&#8208;&#8208;&#8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