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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이야기

"북파"<3>조교점호와애국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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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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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 점호와 애국가

지금도 조교 점호란 것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대전 항공병 학교에서 신병교육이 끝나갈 무렵 선배들로부터 조교 점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조교 점호는 수료하기 전에 꼭 한 번은 받아야 하는데, 훈련병들은 그날 완전히 골병이 든다고 했다.
어느 날 저녁, 갑자기 훈련소 분위기가 뒤숭숭하더니 조교 점호 준비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앗,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우리는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닦고 쓸고 하루 종일 야단법석을 떨었다. 저녁 9시 취침 점호와 동시에 조교 점호가 시작된다고 했다. 훈련소 안에 있는 소대장과 조교 약 5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각 소대 내무반을 돌아다니면서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직사할 정도로 패는 날이 바로 조교 점호라고 했다. 주먹으로 치고 발길질을 해대는, 쉽게 말하면 매 타작을 하는 날이었다. 자기 관할 소대가 아닌 다른 소대에 왔으니 조교들은 마치 동물들을 길들이듯 그동안 맺힌 한을 푼다고 했다.
우리 내무반원 50명은 열을 맞추어 점호 수검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옆 내무반 건물에서 빳다로 마구 때리는 소리, ‘아구구구……’ 하고 비명 지르는 소리, 때굴때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오들오들 떨고 있는데 마침내 우리 내무반으로 들이닥쳤다. 조교는 견습소대장으로서 제일 앞에 서서 점호 준비보고를 하는 내게 오더니 손바닥을 쫙 핀 상태로 목을 콱 치면서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이때 대개는 쓰러지면서 캑캑거리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참았다.
“관등성명!”
“옛! 훈련병 김태원!”
관등성명을 물었던 조교는 자동적으로 내 앞을 지나가고 다음에 뒤따라온 조교가 말을 이었다.
“야, 너, 베개를 기타삼아 애국가 1절만 불러!”
“옛?”
이불 위에서 베개를 가져와 기타처럼 껴안고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우리 내무반도 예외는 아니었다. 곧 울부짖고 터지고 때굴때굴 굴러대고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조교들은 계속 밀려들어와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다만 내가 베개 기타를 들고 반주를 넣으면서 애국가를 소리 높여 부르는 동안은 다른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사람에게로 갔다.
1절이 다 끝나갈 무렵 가만히 보니 한 가지 명령을 이행하면 다음 조교가 다른 것을 시키든지 때리든지 하는 것이었다. 나는 꾀를 내어 계속 애국가만 불러댔다. 계속 노래를 하고 있으니까 내 앞에온 조교들은 새로 애국가 부를 것을 지시받은 줄 알고 계속 내 앞을 통과했다. 나에게는 다른 것을 시켜 보지도 못하고 조교들은 뒤에서 밀려 내 앞을 계속 지나갔다. 마침내 조교 점호 20분 동안 다른 동료들은 터지고 또 터져서 반골병이 다 들었는데 나는 애국가만 목이 쉬도록 부르다가 조교 점호를 끝마쳤다.
항공병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조금만 힌트를 주었어도 나처럼 요령을 부렸을 텐데……. 너희도 한번 맛보라는 식으로 아무도 안 가르쳐 줬으니……, 순진하기만 한 풋내기들이 정직히 살아 보려다가 세상 첫걸음부터 골병든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