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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간성의 요람 육군사관학교의 60년 역사와 전통을 이어 가고 동문들 간의 화합의 장이 되고 있는 육사 총동창회. 육사가 한국 현대사에 미친 영향에 비하면 총동창회의 외형은 기대에는 못 미쳤다.
우선 12년이라는 단촐한 역사가 그러하고 여느 대학들처럼 변변한 동창회관 하나 없이 더부살이하는 살림살이나 동창회 상근조직도 육사 위상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게 서울 노원구 공릉동 회랑회관 2층 육사동창회를 처음 찾았을 때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박재욱 총동창회 홍보위원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육사 총동창회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게 됐고 앞으로 육사 동창회가 가질 위상이나 역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육사 총동창회 역사는 한국 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1946년 광복 직후 창설된 조선경비사관학교로 출발한 현재의 육군사관학교는 창설 직후 기별 동기회가 활성화돼 활동해 왔다. 이 기별 동기회가 지금의 총동창회 기반이 되고 있다. 동창회로 처음 조직된 것은 육사11기 이후 정규 과정을 마친 육사 출신들이 모여 61년 조직한 북극성 동창회가 효시다. 하지만 이 북극성 동창회는 72년 자진 해산했다.
당시 국군통수권자인 박정희 대통령이 정규 과정 전신인 조선경비사관학교 2기생인 이유도 있었지만 국가 권력과 군, 군과 육사 간의 등식이 성립되던 사회분위기에서 통수권자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줄여 주자는 취지도 있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사무관 특채 출신들이 구성한 한길회와 예비역 동문들이 중심이 됐던 청백회 등이 구성됐지만 공식적인 총동창회로 발전하지 못했다.
공식적인 총동창회 창립은 94년 11기 이후 뜻있는 동문들이 총동창회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이후 95년 4월 1~20기 동기회 회장단이 모여 총동창회 창립준비위원회를 결성하면서 현재의 총동창회가 탄생하게 된다. 그해 7월 창립 총회를 열고 공식적인 1기 김점곤 회장 체제의 총동창회가 출범하게 된다.
이후 육사 개교 50주년 행사 공동개최, 총동창회보 창간, 8개 지역에서 화랑대친목회 설립, 육사발전 자문위원회, 총동창회 고충상담실 설치, 총동창회 홈페이지 개설, 사회진출 후원회 결성, 북극성 안보문제연구소 창설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총동창회는 비정치·비영리 단체를 지향하며 육사 발전과 후배 양성의 밑거름이 되고 회원 간 친목·복지 증진을 도모하고 국가 안보에 기여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육사 발전과 명예를 드높이기 위한 활동, 육사 발전을 위한 기금 조성, 회원 간 친목과 복지 증진, 회원의 교양과 지식 함양, 국가 안보에 기여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안보정책위원회 간담회,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 대사 초청 강연, 북극성 안보문제연구소의 각종 연구활동과 안보 토론회 개최, 안보진단·평가 등을 통해 건강한 안보단체로 문민 정치권력 시대의 국가 안보에 기여하고 있다. 또 국군수도병원 입원 동문 위문, 고 정승화 장군 장학금 지급, 올해의 육사인상, 자랑스러운 육사인상 선발 등 회원 복지 증진과 육사 정체성 확립을 위한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현황-69개기 1만3900명 구성
육사 총동창회는 지난해 말 현재 69개기 1만3900명의 회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현역 회원이 7295명, 예비역 회원이 6161명이고 400여 명의 준회원과 19명의 명예회원이 있다. 이 같은 인적 구성에 따라 엄밀히 따지면 육사 총동창회는 순수한 예비역 단체는 아니다.
하지만 현역 장교들의 특성상 이들이 활동이 매우 제한되기 때문에 주로 예비역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는 이정린 총동창회장을 중심으로 2명의 감사와 17명의 부회장, 사무총장, 기획·정책·복지·홍보·모교 발전 등 10여 개 분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있고 실질적인 행정업무는 이규환 사무총장과 동창회에 상근하는 이영우 사무차장이 맡고 있다.
특히 각 동기회가 활성화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총동창회 설립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육사발전자문위원회와 안보정책연구위원회·사회진출자문위원회·북극성안보문제연구소 등도 운영하고 있다. 육사 총동창회는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통해 명예·신의·정의의 육사혼을 계승하고 나라와 겨레를 위한 무한한 봉사정신으로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고 국가 발전의 구심체로 재도약하고 있다.
●이정린 총동창회장 인터뷰-"자유민주주의 통일국가 건설 기여"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역할을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해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정린(원내사진) 육사 총동창회장은 "우리가 6·25전쟁 이후 세계사에 드물게 경제발전을 해 온 데에는 육사 출신 동문들의 역할도 분명히 있었다"며 "하지만 급속한 국가 통합을 이뤄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부작용이 민주화된 사회에서 너무 부정적으로 취급되고 있는 것 같아 서운함도 있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외국의 예를 보면 선진국일수록 국가 안보를 위해 일한 사람에 대한 사회·국가로부터 배려가 크다"며 "이런 보상에는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명예를 존중해 주는 기풍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육사 총동창회에서 육사와 육사 출신 동문들의 공·과를 정리해서 과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공은 역사적으로 기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육사 동문들이 대화합을 이룩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회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과 안보 불안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대안을 연구해 자유민주체제와 시장경제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며 "안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는 전환기에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를 분석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념으로 하는 통일국가를 건설해 나가는 데 앞으로도 적극 기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